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못 주는 진짜 이유는 청와대 때문이라고 김 대표가 말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법적 조치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유 대변인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 대변인은 지난 23일 오후 고려대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캠퍼스 간담회’에서 “일반인 희생자대책위 몇몇 분이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김 대표가 수사권·기소권을, 그걸 절대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종이 한 장을 꺼내고 거기에 세 글자를 적고 일반인 희생자 가족 오신 분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이엔 딱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건 ‘청와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못 주는 진짜 이유는 청와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25일 “일반인 유가족을 만난 적도 없고 그런 발언을 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 대변인은 “김 대표가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과 만났다고 한 대목은 착각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일반인 유가족이 아닌 (단원고 중심의)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변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김 대표가 같은 말은 한 것은 맞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대변인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유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김 대표가 청와대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하다”며 “이 경우 김 대표는 무책임한 정치인의 이미지로 사회적 평가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명예훼손 적용이 가능해 유 대변인은 벌금형 정도를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발언을 일부 정정했다고 해도, 발언의 핵심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서정·이근평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