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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의 대리운전 기사 폭행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현장에 함께 있던 김현(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리기사를 향해 “당신 휴대폰도 흉기야. 치워”라며 반말을 하는 등 폭행을 유발한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말 안 했다. 폭행 못 봤다”는 김 의원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2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피해자인 대리기사 이모(52) 씨는 김 의원이 자신을 향해 “당신 휴대폰도 흉기야. 치워”라고 반말을 하며 소리쳤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리기사들은 대리 ‘콜’을 놓치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본 김 의원이 이 씨가 소지한 휴대전화를 ‘흉기’ 취급하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기세에 눌린 이 씨는 휴대전화를 바로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경찰에 “가만히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데, 김 의원이 흉기라고 해 바로 주머니에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김 의원은 유가족들을 향해 “명함 뺏어”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를 기점으로 이 씨에 대한 폭행이 본격화됐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문화일보 9월 24일자 11면 참조)

유가족들이 대리기사 이 씨를 폭행한 구체적인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씨의 변호사 및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및 신고자들은 “유가족들이 달려들어서 니킥을 날리고, 땅에 웅크리고 있는 대리기사를 발꿈치로 찍는 등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집단폭행을 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및 시민 3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기수 변호사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현 의원도 공범”이라며 “만약 경찰이 김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으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건을 병합, 피고발자 신분으로 김 의원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형기 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의해 ‘쌍방폭행’ 혐의자로 지목돼 입건된 시민 정모(35) 씨는 면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찰은 다음주 중 심의위원회를 열고, 정 씨의 면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김 의원과 유가족 5명을 폭행·상해 혐의로 고발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를 상대로 고발 취지 등을 조사했다.

손기은·고서정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