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을 현재보다 43% 올리는 대신 수령액은 34% 깎는 것을 골자로 한 여당과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공개로 극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공무원단체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후 지키기’를 위한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23일 연금개혁안과 관련 “지금 개혁해야 할 것은 공무원연금이 아니고, 세제와 정부재정 개혁, 그리고 국민연금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원상복원 할 것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공무원단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을 호도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거칠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공무원들의 억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단체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지급비율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올리게 될 경우 현재 2060년으로 예상된 국민연금의 고갈시점이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공무원연금처럼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민연금의 규모를 감안하면 정부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원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현재 지급비율(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기준으로 47%이며, 이후 매년 0.5%씩 줄어 2028년이면 40%로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약 1.7배를 평생에 걸쳐 받는다. 이 같은 설계에도 불구하고 2060년이면 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 정부의 재정분석이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가입자가 낸 금액의 2.3배를 받으며, 지급비율은 33년 납입 기준으로 62.7%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공무원노조의 주장대로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올리게 되면 연금 고갈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 “공무원노조의 논리는 전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금이 환율과 주식시장 방어에 마구 퍼부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원식(경제학) 건국대 교수는 “외환안정기금채권을 샀다는 얘기 같은데, 공식적인 채권시장의 거래이며, 우리나라 채권의 25%는 국민연금기금이 사고 있는데, 다른 채권은 살 만한 상품이 없다”면서 “이는 꼬투리 잡을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공무원연금공단이 설립된 1982년부터 지난 32년간 공단의 수익률은 11%였다”면서 “경제부처에 맡기게 돼 있는 재정예탁금을 환수하지 못한 경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모든 연금에 세금이 소요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주장도 “비용 대비 운용하면 되는 것이지, 꼭 공적자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공적연금에 적자가 생긴 원인은 복지지출이나 노령층이 많아져서가 아니다’는 언급과 관련, “공무원연금이 도입된 1960년 당시의 평균수명은 60대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고, 부양층이 늘어난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재벌과 고소득층에만 감세 혜택을 줬다’는 주장도 “다른 나라들도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라면서 “감세의 의미는 세금을 덜 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 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경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논란 확산에 대해 “미래 공무원이 아닌, 현재의 수급자, 특히 고위층은 개혁에서 항상 비켜나 있었으므로, 이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개혁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림·이용권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