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이 국가재정을 파탄 내는 ‘시한폭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국책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993년 ‘공적연금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당시 KDI는 “2020년 공무원연금 재정수지 적자액이 752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당시 KDI에서 공무원연금 수지 전망을 담당했던 문형표 연구위원은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고 있다. 20여 년 전에 파탄이 날 것이 분명한 것으로 지적된 공무원연금 문제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안일함, 정부의 나태, 공무원들의 조직이기주의 등이 맞물리면서 오늘날까지 질질 끌고 있는 것이다.

KDI의 ‘공무원연금 장기재정전망’(2009년)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의 수입은 부족하고 지출이 급증하면서 수입과 지출의 격차를 정부가 대신 메워주는 금액(정부 보전금)은 오는 2030년에는 27조8200억 원, 2040년에는 42조6840억 원, 2070년에는 100조61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공무원연금 정부 부담금에 퇴직수당 부담금과 정부 보전금 등을 모두 합친 공무원연금에 대한 총 정부부담금은 내년에만 12조3650억 원에 달하고 2020년 18조9960억 원, 2070년에는 무려 129조3990억 원으로 폭증한다.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늘면 국가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순간 공무원연금 적자는 국가채무로 전이된다. 현 상태로 가면 ‘공무원연금 적자→국가채무 급증→재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경우 지난해 공무원 연금을 받은 퇴직자들의 월평균 연금액은 227만 원인 반면 국민연금은 87만 원선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오는 2016년 이후 공무원이 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동일한 부담과 혜택을 적용하도록 하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