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양 극단으로 나뉘어 싸우고 위는 당권에만 골몰해 있다. 집안 싸움에만 빠진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주실까 싶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17일 극심한 내분에 휩싸여 세월호특별법은 물론 각종 정치현안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현재 당의 모습에 한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30석 거대 야당이 ‘식물정당’으로 추락하고 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4일간 칩거로 당무가 올스톱되면서, 정부의 실책을 따지고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는 초강경 내용의 입장을 밝히고 새누리당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단독으로 진행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했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해‘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유기홍 수석 대변인이 오후 한 차례 브리핑을 통해 “국회 무시, 국민 분열의 도를 넘었다”며 날을 세운 것이 전부였다. 이는 지난 8월 유가족 뜻이 담긴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박 대통령의 응답’을 외치며 장외투쟁에 나섰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날 당직을 맡은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복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다른 소속 의원들은 계파별·그룹별로 모여 당수(黨首)의 탈당 여부에 촉각을 세울 뿐이었다.

야당에는 ‘호기’가 될 수 있는 정부의 담뱃세·주민세 인상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세금 민심만큼 예민한 것도 없다”면서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맞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당 지지도가 회복될까 말까 한데 내부 문제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부자 감세 철회 없는 서민 증세 반대’를 내건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전날 박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세제개편안 등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당 대표인 박 위원장이 빠진, 정책위의장 주재의 회의였다. 박 위원장의 칩거로 현재 최고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원내대책회의가 계속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야당이 어려운 상황을 틈타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 무산 의도를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표가 총대를 메고 집권당과 싸울 때인데 당 내부에서 우리끼리 우왕좌왕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