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는 여야 불문하고 정당 내에 주요한 행위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야당은 다양한 이념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혼재돼 있어 계파가 더 분화돼 있다.

야당은 인적 구성이나 이념적 스펙트럼이 여당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야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내부 혁신보다는 외부 인사 수혈 또는 합당 등으로 대처해 왔다. 이 때문에 배경, 이념 성향 등이 다양한 인물들이 당에 혼재하면서 갈등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있을 때에는 계파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이 민주화되면서 계파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념보다 공천권이나 당직이라는 현실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계파를 형성하는 데는 이념적 성향이 중요하다. 실제 계파는 아니지만 정치적 이슈에 따라 분류되는 강경파와 온건파는 대체적으로 진보와 중도로 이념 성향을 나눌 수 있다. 계파 중에서는 친노(친노무현)계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으로는 486과 시민사회계가 대체로 강경파를 형성하고 있다. 김한길계, 손학규계, 구민주계 등의 계파와 관료 출신 등은 주로 온건파를 이루고 있다.

계파의 가장 기본은 역시 권력이다. 대권 및 당권은 계파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기본적으로 계파는 주요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친노계, 민평련, 정세균계, 손학규계 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여기에 당권도 영향을 준다. 당권은 공천권과 직접 관련돼 있어 야당 내에서 계파가 유지되는 데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계파에 속하지 않으면 공천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직, 학생운동 경험 공유 등도 계파를 형성하는 동력이 된다. 정세균계의 경우에는 정세균 의원의 야당 대표 시절 당직을 맡았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계파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486은 1980년대와 1990년 초반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경력을 기반으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새누리당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생계를 뒷받침해주면서 계파를 형성해 관리해왔다. 아직도 일부 정치인은 이 같은 관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례는 많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대신 최근 여당 내 계파는 특정한 정치 이벤트를 계기로 뭉치거나 당직 등 권력을 분배하는 형태로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주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측근 의원들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전대 이후에도 소모임을 만들어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중요한 고비마다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기도 한다.

특정 정치 이벤트의 승자는 자신을 도와준 의원들에게 당직을 배분하는 형태로 답례하기 일쑤다. 임기가 끝난 이후엔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계파 내지 계보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권력 배분 방식보다 끈끈함은 약하지만 같은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포럼 등 소모임을 같이 하며 의리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조성진·김만용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