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1심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의 항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항소 여부를 두고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간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검찰이 항소를 완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현 검찰 고위층에서는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검찰이 국정원 관련 사건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 유우성 사건 등 정치적 공방이 오가는 공안 사건에만 발이 묶여 있었다”며 “검찰 조직 일신을 위해서도 과거 사건을 빨리 털고 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법원이 원 전 원장에게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했음에도 이례적으로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사건을 지휘하는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간단히 밝혔다.

원 전 원장을 기소했던 수사팀은 항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기소유예했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해 서울고법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결정했는데 서울중앙지법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렇게 수뇌부와 수사팀 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항소 여부를 두고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에서 항소 의지를 밝힐 경우 수뇌부에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가 이날 오전 7시쯤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을 직권으로 삭제했다.

김병채·김동하·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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