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범균)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면서 국정원 심리전단의 조직적 정치관여 활동은 인정했지만, 이를 선거개입으로 보지는 않았다. 대선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정치관여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만한 특정한 시점·계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검찰이 공소제기한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 어디에도 선거개입을 지시한 부분이 없고, 심리전단의 활동이 오히려 대선 직전 줄어든 부분도 주요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정치관여, 선거운동과 구분돼야=재판부는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고 봤다. 대선기간 전부터 이뤄진 정치관여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될 수는 있지만 선거운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선거 이전부터 논란이 된 특정 정책을 선거 기간에 선거쟁점화 했더라도 관련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볼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2012년 1월을 선거운동 시작점으로 특정했지만 재판부는 ”선거운동을 의도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라면 특정 시점에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원 전 원장의 12개 ‘지시·강조 말씀’을 선거개입 행위의 증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대선에 임박한 시점에도 종북세력을 경계하고 대응하라는 지시만 했고, 특히 11월에는 선거에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 달라는 발언까지 했다”며 검찰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정원의 댓글이나 트위터 활동이 대선 후보 윤곽도 드러나기 전부터 계속 이뤄져 왔고, 트위터 활동의 경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오히려 감소했던 점도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가 됐다.

◆유죄로 인정된 국정원법 위반 혐의=재판부는 심리전단의 활동에 정치관여 의도가 포함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법 9조2항1호는 국정원 직원이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찬양·비방하는 내용의 의견이나 사실을 유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을 토대로 국정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면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비방할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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