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의 하반기 공채에서 ‘스펙 타파’와 ‘역사 중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가급적 획일적인 채용방식에서 탈피하려는 것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공채시즌의 문을 연 현대자동차 그룹(원서접수 12일 마감)은 상시공개 채용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부터 서류 전형 결과를 매달 발표하고, 인적성검사(HMAT)도 두 차례(10월 18일, 11월 8일) 실시한다. HMAT는 언어이해, 논리판단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에는 역사 에세이가 포함됐다.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의견을 묻는 방식이다. 또 자기소개서에 사진, 가족사항 등 직무와 무관한 13개 항목을 삭제했다.

LG그룹(17∼19일 마감)은 이번부터 최대 3개 계열사까지 중복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인적성검사에는 한국사와 한자가 추가됐다. 전체 문항의 1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지원서에는 출신지 등 개인정보나 스펙 관련 입력란을 없앴다.

삼성그룹(22∼30일 마감)의 직무적성평가(SSAT·10월 12일)는 언어·추리·수리·공간지각력·상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그룹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SSAT에서도 역사·인문학적 소양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약 10만 명이 SSAT를 치렀다. SSAT 합격자는 통상 채용인원의 2∼3배수 정도다.

SK그룹(22일 마감)은 ‘열린 채용’을 더 강화했다. 사전에 취업준비생을 위해 오는 17∼18일 ‘SK 탤런트 페스티벌’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종의 채용 설명회인데, 상담과 함께 프레젠테이션(PT)에서 합격한 지원자에게는 공채 때 우대해주는 스펙 타파 전형이다. 인적성검사(10월 19일)에는 한국사가 추가됐다.

롯데그룹(16일 마감)은 불합격자에게 면접전형별 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최초로 도입한다. 역량면접, PT면접, 토론면접, 임원면접, 외국어면접 등 지원자의 면접전형별 점수 수준을 도식화한 이메일을 보내줘 지원자가 자신의 강약점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GS그룹과 CJ그룹도 지난해부터 필기시험에 한국사를 포함시켰다. 객관식 문항을 통해 한국사에 대한 기본지식을 묻는 방식이다.

포스코그룹은 한국사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점을 주고, 직무역량 평가 때 역사 에세이를 반영한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