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협상이 실종됐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의 3차 면담이 결렬된 이후 여·야·유가족 간 만남을 위한 시도조차 사라진 것이다. 여야 모두 상대의 변화만을 촉구하고 있을 뿐 어떤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어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도 당분간 대치 국면이 해소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야권 지도부 일각에서는 ‘여야 양자 재협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새누리당 관계자는 4일 오전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추석까지는 이대로 흘러갈 것”이라며 “아직 대화가 시작될 기미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이후엔 반드시 국회를 정상화시켜 국가 안전과 민생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추석 전 국회 정상화는 힘들다는 점을 시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관계자도 “여당이 어떤 태도의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협상이 재개되기는 힘들다”며 “우리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세월호특별법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는 ‘면피성’ 민생행보만 보여주고 있다.

여야는 서로 상대를 향해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두 차례나 협상을 파기하고도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당의 양보를 촉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유가족 대표와의 만남에서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추가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유가족이 동의할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을 위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변화를 촉구할 뿐 뚜렷한 요구사항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기소권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에서는 여야 양자 재협상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유가족의 협상 결렬로 간접적인 ‘3자 협의체’가 사실상 종결된 상황인 데다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 분리론’ 등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박 위원장에게 양자 협상 재개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