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회정상화 촉구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양준모 연세대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한영탁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 김성기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 조동근 명지대 교수,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왼쪽부터) 등이 국회정상화와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지식인 150명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철도 부품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72)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국회 고질병인 ‘제식구 감싸기’가 또 한 번 나타났다”고 지탄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공개투표로 바꾸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시민단체는 이번 사태로 국회 내 자정작용이 완전히 파탄났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 팀장은 “‘관피아’ 철폐에 앞장서야 할 국회에서 ‘철피아’를 감싸는 ‘마피아’ 행태가 엿보인다”며 “과연 국회가 부조리한 기득권을 철폐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정당 간 의견 대립이 치열한 가운데 체포동의안 표결만큼은 국회가 초당적 모습을 보였다”며 “국민들에게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적 소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역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만큼 특권 이전에 더욱 엄격한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며 “무죄 추정 원칙이 있다고 해도 일단 비리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권위주의 시대 입법부의 안전장치로 작동한 체포동의안이 민주화 시대에 비리 의원 보호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안은 체포동의안의 무기명투표 원칙을 공개투표로 전환하는 것이다. 안도경(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관피아’ 비리에 대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국회에서 반영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무기명투표가 아닌 공개투표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 역시 “국회의원 각자가 하나의 헌법기관인 만큼 정치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무기명투표로 인해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이 어떤 정치적 행위를 하는지 알 권리를 침해받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체포동의안의 절차와 범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김 팀장은 “국회의원에 대한 구인장이 발부되기 전 국회가 충분히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외에 불체포특권의 범위를 명확히 밝히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예 체포동의안의 표결 자체를 문제 삼는 의견도 있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 합의가 가능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표결 없이 진행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표결은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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