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혁신’을 외쳐 온 여야 지도부가 곤혹스러워졌다. 시민사회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지도부의 ‘식언(食言)’과 방탄국회에 대한 사실상의 묵인행위를 놓고 책임론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나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결과적으로 방탄국회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질 자세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말끝마다 ‘보수 혁신’과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면서 방탄국회가 없다고 분명히 밝혀왔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로부터 불거지는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자유투표는 사실상 부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부결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국민적 비난이 비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루 전 국회 본회의 표결이 끝난 직후만 해도 관련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가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받자 “죄송하다”는 식으로 물러난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특권 내려놓기와 보수 혁신의 일환으로, 최근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불체포특권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김 대표의 혁신 의지 역시 빛이 바래게 됐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송 의원은 더욱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면서 사건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 역시 “방탄국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 이 원내대표 모두 자유투표에 이견이 없었던 만큼 부결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두 얼굴을 가진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야당 내에서도 반대표가 다수 나왔다는 점에서 동조자라는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다. 박 위원장은 “인사와 관련된 것은 항상 자유투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새누리당의 제 식구 감싸기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 역시 자유투표를 했고, 실제 표를 살펴보면 야당에서도 상당수가 반대·기권·무효 투표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진·현일훈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