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으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총부채 규모가 급증해 신용불안이 아시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8일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내놓은 ‘아시아 주요국 부채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총부채(가계+기업+정부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8년 134.4%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지난해 208.6%로 높아졌고 홍콩도 216.0%에서 294.2%로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같은 기간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152.5%에서 193.0%로 껑충 뛰었다.

특히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기업의 외화 부채도 증가했다. 강영지 주임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이 111.0%에 달해 중국(151.6%), 홍콩(197.3%) 등과 함께 기업부채 비중이 높은 나라로 꼽혔으며, 일본(105.4%) 역시 기업부채가 GDP 규모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시 자금 이탈 등으로 아시아 주요국의 민간 부채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강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민간 부채 문제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되고 기업 구조조정 등이 진행돼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지만 추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아시아 주요국의 금리 인상 시 이자 비용 확대 등으로 민간 부문의 대출 상환능력이 악화될 우려가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한계기업들의 연쇄 도산으로 신용불안이 아시아 국가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상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강 연구원은 “향후 중국의 그림자금융(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사) 동향과 부동산경기 상황, 다른 주변 국가로의 파급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