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정기국회가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안 처리는커녕 본회의도 한 번 열지 못한 7·8월 임시국회처럼 정기국회도 부실국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절반가량의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법안을 심사해야 할 법안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고, 세월호특별법에 가로막혀 주요 민생 법안들에 대한 심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도 결산안 심사·처리, 분리 국정감사 등 여야가 정기국회 전 해결하기로 약속했던 ‘숙제’도 모두 정기국회로 미뤄진 상황이어서 법안처리-국감-예산안 심사의 연쇄 부실도 우려된다. 할 일은 많은데 일할 준비는 전혀 안돼 있는 형국이다.

국회법상 오는 9월 1일부터 100일간 회기로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국감과 예산안 심사 등 예정된 일정 외에 경제활성화와 민생 관련 각종 법안의 처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후 보·배상 문제 등 후속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여야 모두 민생에 최우선을 두는 정기국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16개 상임위원회 중 절반에 가까운 7곳에서는 민생 법안을 심의하고 처리해야 할 법안소위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법안소위의 복수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로 개별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에 팽팽한 신경전만 이어지고 있다. 아직 법안소위가 꾸려지지 않은 곳 중에는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경제와 직결되는 상임위가 포함돼 있다.

민생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도 아직 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활성화와 민생 관련 30개 법안을 꼭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내놨지만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 등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물밑 작업’이 있어야 실제 회기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아직 그런 노력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정기국회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의원들에게 세비 반납을 촉구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