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장례식에서는 복음성가 ‘에브리 프레이즈(Every Praise)’가 흘렀다. ‘하나님 나의 치유자, 나의 인도자. 네, 바로 그입니다’가 울려퍼지는 속에서 4500여 명의 추모객은 숙연했다. 지난 9일 브라운이 백인경찰 대럴 윌슨에게 6발의 탄환을 맞고 숨진 지 16일 만에 열리는 장례식이었다.

CNN 화면을 통해 지켜본 미시시피주 퍼거슨시 침례교회 장례식 현장엔 폭력의 동요가 없었다.

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는 “영원히 너를 가슴속에서 기억하겠다”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시위대는 바깥에서 “정의 없이 평화는 없다. 윌슨 경관을 처벌하라”고 촉구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라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16일 동안 불거졌던 퍼거슨시 흑인소요사태도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26일 40세 백인 제임스 폴리 미국 기자의 유가족들은 석방운동 홈페이지 ‘프리 제임스 폴리’에 재단과 장학기금 설립 계획을 알렸다. 폴리 기자는 지난 19일 이라크 수니파 반군단체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참수됐다. 어머니 다이앤 폴리는 “아들은 시리아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려 애쓰다 목숨을 바쳤다. 다른 인질들을 풀어달라”고 성명을 통해 호소했다.

홈페이지에는 폴리 기자의 마지막 편지가 올라와 있다. “엄마와 아빠와 자전거를 탔던 것을 기억해요. 가족들과 친구들의 꿈은 내 가슴을 행복으로 채웁니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고 마음이 갈래갈래 찢어지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정부를 탓하는 대신 브라운의 아버지는 시위대에 ‘평화’를 외쳤고, 폴리의 어머니는 IS에 ‘또 다른 자식’의 석방을 간청했다.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온 나라가 세월호특별법 정국에 멈춰 섰다. 일부 유가족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세월호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희생된 304인이 정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립과 투쟁인지, 평화와 공존인지, 그들은 한국 사회에 묻고 있다.

이제교 워싱턴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