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는 재야에, 의원은 국회에 있어야” 통렬한 자기비판·정치인의 길 담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온건·합리적 성향의 의원 15명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성명서는 ‘국회 및 야당의 의무장전(章典)’인 것처럼 보인다. 이 안에는 그동안 야당의 고질병으로 꼽혔던 장외 투쟁에 대한 성찰, 정치가 실종된 현시점에 대한 진단, 국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성, 그리고 정치권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지난 26일 ‘국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정국이 꼬이고 있다”면서 일단 가장 큰 책임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막힌 심경을 가슴에 품고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어가야 할 주체로서 지금 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단식과 장외 투쟁, 이제 이것만큼은 정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비판하며 장외로 나갔던 지난해를 상기하며 “(이제 장외 투쟁을)‘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장외 투쟁 반대 성명서 ‘국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의 요약.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정국이 꼬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극의 직접 원인이 정부의 무능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 여당의 소극주의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막힌 심경을 가슴에 품고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어가야 할 주체로서 지금 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단식과 장외 투쟁, 이제 이것만큼은 정말 안 됩니다.…우리는 이미 세월호특별법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합의한 바 있고, 재합의까지 한 바 있습니다. 장외 투쟁의 명분 또한 없는 것입니다.…재야 시민단체와 새정치연합의 역할과 선택이 동일할 수도 없고, 동일할 이유도 없습니다.…재야는 재야에,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있어야 합니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권한이며 의무입니다. 작년 여름, 당내 강경여론의 압력을 못 견디고 서울시청 앞에 천막당사 치고 석달 열흘간 철야 노숙해서 얻은 게 무엇이었던가요. 금년 여름, 우리가 제안했던 분리 국정감사 첫날인 오늘 그 첫 국회 일정조차 파행시키며 시작하고 있는 이 장외 투쟁 역시 작년 노숙 투쟁과 다름없이 의회민주주의의 포기로 기록되고 말 것이며, 우리와 국민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투쟁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하고 약속했습니다. 불과 보름 전의 일이었습니다.…장외 투쟁만은 절대 안 됩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 국회와 우리 야당도 이 정도는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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