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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와 역사교육을 둘러싸고 동아시아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역사재단이 20∼21일 양일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역사교육과 근대’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 주목된다.

국내외 역사교육학자들이 자국의 근대 역사교육 경험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동향과 바람직한 대안을 함께 모색했다.

테리 하이든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교수는 ‘21세기에 우리는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발표에서 “역사교육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비판적인 식자층과 원칙있는 시민을 길러낼 수 있다”며 현대사회에 적합한 역사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하이든 교수는 “영국의 정치인들은 국가에 충성심을 높이고, 통합된 국가적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국의 역사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기념적인 19세기 개념에 토대를 둔 교육모델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언론이 있으며 다수의 텔레비전 채널이 있는 열린사회에서 그러한 교육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해 지적으로 정직하게 노출해야 한다. 특히, ‘非국가적’ 역사 내용을 (교육에) 포함시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학교의 역사 교육이란 ‘비정치적’ 영향, 고용과 전쟁, 이민, 환경과 같은 이슈까지 다뤄야 한다는 것. 하이든 교수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학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역사 수업을 ‘쓸모없고 재미없다’라고 생각한다 해도 놀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강선주(사회교육·왼쪽) 경인교대 교수는 하이든 교수가 제시한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 시켰다. 강 교수는 ‘유럽중심주의 담론을 통해 본 한국 역사교육의 과제’라는 발표문을 통해 “탈근대주의와 탈식민주의의 도전은 역사 교육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할 것을 요구한다”며 “망각했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역사학의 개념과 연구 방법 등을 통해서는 궁극적으로 탈유럽중심·탈식민화의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역사교육을 어떤 방향에서 정의하고 기획하든 전수해야 할 ‘기억’을 분석하고, 구성할 ‘주제’, 비판할 ‘담론’ 등을 선택하거나 배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교수는 역사교육에서 ‘정전화(正典化·획일화된 이성이나 진리로 신성시되는 것)’를 경계했다.

그는 “기억을 전수한다는 것은 과거의 전통만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실 사회의 문제의식과 추구해야 할 미래를 형상화 하는 것”이라며 “정전화에 대한 경계는 서구사회에서뿐 아니라 비판과 성찰을 통해 새로워지려고 했던 과거 전통집단에서도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