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토론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 도입에 따른 기업들의 추가 세(稅)부담이 한 해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일보가 28일 한국투자증권에 의뢰해 당기 이익의 70%를 세금부과 기초액으로 가정하고, 세금부과 기초액에서 투자액·임금증가액·배당액을 빼서 산출되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에 15%의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국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상장업체 1654개 기업은 총 3조3070억 원에 달하는 기업소득환류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한국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는 1조 원에 육박하는 9880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아 연간 당기순이익의 20분의 1 정도를 추가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현대자동차(2740억 원)·현대모비스(1700억 원)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비스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1720억 원의 법인세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됐고, SK하이닉스도 2170억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2009년 정부가 투자 확대를 기대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려 5년 동안 28조1970억 원의 법인세를 깎아줬지만,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머리에 그려놓은 뒤 세부담이 가장 많이 늘어봐야 법인세 최고세율 25% 시절 정도밖에 안 되고, 배당·임금증가·투자 등을 많이 하면 법인세 최고세율 25% 시절보다는 세부담이 낮으니까 별문제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내린 지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준거틀’을 법인세 최고세율 25%에 맞춰놓고 그것보다는 세부담이 적으니 걱정말라는 식의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에 필요한 재원을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거둬들인 세수로 메우려는 것이 확실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에 발생하는 재정 부담과 올해도 8조∼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 부족분의 일부도 기업소득환류세로 충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재정확대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당의 주장인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내년 예산안과 각종 법령의 국회 통과를 쉽게 하려는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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