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는 24일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준비해 온 A4용지 6∼7장 가량을 14분 넘게 강연을 하듯 때론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문 전 지명자는 친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조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청문회 기회가 박탈된 것과 국회와 언론의 행태에 대해 조목조목 불만을 토로했다. 문 전 지명자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 드리고 싶었다”며 사퇴를 천명했다. ‘그분’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눈물을 글썽였다. 문 전 지명자는 총리 지명 이후 교회에서의 신앙 강연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마지막 사퇴의 변을 밝히며 다시 신앙 고백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전 지명자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작심한 듯 격정적인 어조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의혹을 제기해 온 국회, 언론에 대해 법치를 지키지 못하고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지명자는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며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이고,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했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고 주장했다.

문 전 지명자는 또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으로,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보도가 아닌 진실 보도”라며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신앙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전 지명자는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 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다”며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괜찮은 거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부의 독립운동 사실을 거론하며 친일 논란을 부정했다. 문 전 지명자는 “문남규 할아버지가 3·1운동 당시 만세를 부르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지께 듣고 자랐다”며 “저에 대한 공격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본 결과 추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기로 했다가 어제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문 전 지명자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둬주실 수 있는 이도 그분”이라며 총리 후보 사퇴를 하나님의 뜻으로 돌렸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