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늘어나는 빈자리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24일째인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읍 실내체육관은 시신을 찾은 유족들이 떠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우리 애도 저 추운 바닷속에 홀로 남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겠죠. 그게 가장 큰 고통이에요.”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가족대기소에서 만난 실종 학생 어머니 김모(44) 씨는 시신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신이 느끼는 쓸쓸함보다 딸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느낄 외로움을 더 못견뎌했다.

김 씨와 같은 천막을 쓰던 가족은 이날 새벽 아들을 찾아 떠났고 결국 천막에는 김 씨 가족만 남게 됐다. 김 씨는 “다른 부모들이 아이 시신을 찾게 되면 정말 축하한다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면서 “하지만 우리 애를 마지막까지 찾을 수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에 한동안은 물조차 넘기기 힘들다”고 울먹였다.

김 씨의 외로운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가까워진 친구 두 명이 팽목항에 내려와 함께 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며칠 전 자식을 찾지 못한 학부모가 바다에 뛰어들어서 가까스로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의지하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남은 가족들이 심적으로 더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구조 기간이 길어지면서 극도로 민감해진 실종자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경찰도 초긴장 상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구명정을 팽목항 바닷가에 대기시키고, 시야 확보를 위해 바다 쪽 길가에는 아예 주차도 못하게 하고 있다. 새벽 등 취약 시간대에는 순찰 인력도 크게 늘렸다. 현재 팽목항에 45명, 진도 실내체육관에 13명 등 모두 58명의 경찰관이 순찰하고 있다. 인근 서망항에도 조명차 2대와 구명환 24개를 비치했다.

사고 발생 초기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은 지금은 시신을 찾은 가족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한산한 느낌마저 든다.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20명 안팎, 팽목항에는 50명 남짓한 실종자 가족들만 남아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실종자 가족이 크게 줄면서 우리도 철수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남을 팀과 떠날 팀을 추리며 인원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