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그룹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계열사 지분 매입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거나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계열사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우회 지원하는 동시에 실적이 좋은 계열사의 주식은 낮은 가격에 매입,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08년 계열 유통업체인 다판다의 지분 3.62%를 사들이면서 주당 42만 원(액면가 5000원)으로 평가했다.

다판다의 총 발행주식수가 5만2000주로 적은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안팎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적정 주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주당 42만 원은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다판다의 당시 주요 주주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와 최측근 인사인 김혜경, 김필배, 송국빈 씨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08년부터 꾸준히 자동차 부품회사 온지구의 지분을 늘리는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5만6620원이다. 이 가격은 2010년 세모계열 건설업체인 트라이곤코리아가 이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할 때의 주가인 2만4000원과도 차이가 크다.

온지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거래처 부도 등으로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었다. 이 회사의 2008년 당시 최대주주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10년에 적자를 면치 못하던 트라이곤코리아의 지분 10.3%를 매입하면서 주가를 6만8000원으로 평가했다. 트라이곤코리아의 대주주는 대균 씨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지난해 말 이들 3개사의 주식을 ‘시장성이 없는 지분증권’으로 분류했다. 지분을 취득했긴 했지만 이후 주식의 가치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계열 조선업체인 천해지와 화학업체인 아해의 주가를 각각 5414원과 5000원으로 낮게 매긴 후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두 회사 모두 세모그룹 계열사 중에선 ‘알짜’로 꼽히는 곳이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재무제표를 봐도 이들 회사의 장부가액은 매년 상승해 취득가액의 수 배에 이른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