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많은 학생이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가 수행여행 전에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문화일보 4월 18일자 10면 참조) 경기도교육청과 안산교육지원청이 인권·복지예산을 과도하게 지출하면서도 평소에 일선 학교의 안전교육에 대한 예산을 거의 집행하지 않는 등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원고도 예산이 없어 안전교육이 포함된 보건수업은 물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재난 안전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본예산 세출예산 10조9336억4785만 원 가운데 학생 생활지도 예산 세목으로 학교폭력 예방지원에 161억9100만 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이 예산이 대부분 등하교 안심알리미(33억 원)와 배움터 지킴이 운영비(92억 원), CCTV관제센터 운영지원(10억 원) 등 안전한 학교운영과 학교폭력 예방(23억 원)에 사용됐다. 안전교육 관련 예산에는 고작 안전교육 자료개발 1300만 원, 창의적 체험활동 컨설팅지원단 운영 3300만 원만 집행하는데 그쳤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안전교육자료로 ‘행복을 지키는 안전교육 길라잡이’책자 2500부를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했으나 이 책자는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위주로 기술돼 있고 재난 안전 훈련 내용이 미미해 일선 학교에서 별 호응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유치원·초·중학교 무상급식지원 3875억 원, 방과후 학교지원 839억 원, Wee(학생 선도치유 상담) 프로젝트 운영 166억 원, 현장체험학습 20억 원, 평화교육 4600만 원 등 복지 관련 예산을 줄줄이 집행했는데도 재난 안전사고 시 생명구조 및 비상 대피·탈출 등의 재난 대응 훈련 예산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도교육청은 올해에도 학교폭력예방 지원에만 142억3000만 원, 학생상담활동 152억3300만 원, 학생수련활동 7억7400만 원, 인권·평화교육에 21억 원, 창의적 체험활동 520만 원을 책정했으나 별도의 안전교육 예산은 누락됐다. 학교마다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학교폭력 및 성교육·자원봉사·동아리활동에만 활용하다 보니 안전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외부강사비로 200만 원을 집행했지만 이마저 안전교육 관련 예산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등 지역 교육청마저 안전 교육 예산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원고는 지난해 5월 7일 오후 2시간 동안 안전행정부 주관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재난 대응 훈련(이론교육)을 실시한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까지 안전교육에 대한 수업을 가르치거나 재난 안전에 대한 실습·훈련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안산교육청 관계자는 “안전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이 아예 없어 교사들이 안전교육을 기피하는 데다 1년에 한 번 하는 재난 대응 훈련마저 학교장 재량에 맡기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의정부 = 오명근·수원 = 송동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