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이후 수학여행 등 체험현장학습에 대한 안전교육이 대폭 강화되고 있으나 현행 교육부의 매뉴얼보다 안전사고 대책이나 대응에 더 체계적이고 책임소재가 더 명확한 ‘수학여행 서비스 국가표준(KS)’이 이미 4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표준에 단원고 수학여행단 사고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형 참사를 막을 매뉴얼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지만 교육부가 이를 도입하지 않는 바람에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상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기표원)과 국무총리실,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교육비리근절 및 제도개선추진단 등은 당시 수학여행 관련 비리로 전·현직 교장 157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의 사건으로 사회문제화되자 함께 ‘수학여행서비스 국가표준’을 제정·고시했다.

기표원이 만든 표준에는 ▲수학여행 평가인증제 ▲학교 맞춤형 수학여행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수련시설 관리감독 강화 등 수학여행단의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매뉴얼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학생 안전에 대해 교육부가 지난 2월 일선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매뉴얼보다 더 체계적이고 책임소재도 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기표원이 제정한 표준을 단원고 수학여행 참사 상황과 대비해 살펴본 결과 세월호의 학생 안전 대응은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에는 ‘여행지 시설과 숙박시설 이용 등에 대한 안전 정보, 숙박시설 내 각종 안전사고 및 화재 등에 대한 대처방안, 숙박시설 내 편의시설 이용과 안전 수칙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에서 1박을 한 단원고 수학여행단에게는 이런 안전교육과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