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해상사고 발생에 대비해 만든 또 다른 매뉴얼인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도 여객·화물선의 대형·복합화 추세에 맞지 않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그나마 이 매뉴얼에 나온 기본적인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일 해경 본청 수색구조과 등에 따르면 해경은 정부의 위기관리 목표와 방향, 의사결정 체계, 부처·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한 ‘주변해역 대형사고 대응 매뉴얼’과는 별개로 해양사고 현장에서의 신속한 수색구조 방법과 절차를 규정한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을 지난해 7월 만들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초동 조치에 대한 규정이 크게 부족하며, 특히 대형선박 침몰 사고 발생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취해야 할 행동의 우선순위, 선원과 승객 수색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조 작업시 가장 우선적으로 구조할 대상은 인명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나 정작 구조대원의 ‘선실 진입’에 대한 규정은 담고 있지 않다.

이 매뉴얼은 또 헬기를 이용한 구조가 ‘가장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헬기를 인명 구조 도구로만 인식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유사시 헬기를 이용한 특공대원의 선내 수색과 구조, 잠수사의 사고 현장 투입 등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와 함께 구난함이 아닌 일반 경비함들이 유사시를 대비해 기본적인 구조 장비로 어떤 것을 평소에 싣고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한 119구조대 간부는 이에 대해 “매뉴얼이 여객선과 화물선의 대형·복합화, 헬기 등 항공기를 이용한 다양한 수색과 구조 방법 개발 등의 추세에 맞지 않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해경은 기존 매뉴얼에 나와 있는 ‘책임 있는 자가 사고현장에 파견돼 현장을 파악, 장악한다’ ‘인명 구조 계획시 전복 위험성은 없는가를 신속히 판단, 구조계획을 수립한다’ ‘사고선박 구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 등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 시스템 개발 전문가인 이석주 고려대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낡은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매뉴얼에 따른 훈련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해경이 좌초된 여객선 모형 등을 갖춘 훈련장에서 실전에 못지않은 인명구조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천=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