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될 국가안전처(가칭)가 통합 기능만 강조하고 나설 경우 제2의 안전행정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는 컨트롤타워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장 기능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만큼 새 기구가 컨트롤타워 기능에만 중점을 둘 경우 국가적 재난 앞에서는 안행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세월호 참사에서 그랬듯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제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업무 파악이 충분히 되지 않은 공무원들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현장을 지휘하려다 보니 현장과 엇박자가 나고, 또 현장에서는 이들에게 보고하기 바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재난현장에서 더딜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가안전처의 롤모델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미 전역에 10개의 지방청을 두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지방조직을 두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거꾸로 17개 전국 광역 시·도에 행정부지사를 파견하듯이 17명의 재난협력관을 지역별로 파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FEMA의 연구·개발 분야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재난안전분야 전문가는 1일 국가안전처의 지휘체계와 관련, “재난관리에 오랜 경험이 있는 행정전문가가 장을 맡아 지원책을 조율해주고, 직급은 낮더라도 현장의 전문가에게 현장지휘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전처가 타 정부부처를 견제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 및 건설안전 등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들과 관련된 안전점검을 수시로 할 수 있는 ‘특공대’를 하부 기구로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 특공대 조직이 군대처럼 평상시 재난대응 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하나는 국가안전처에 평상시 재난안전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9·11테러 이후 생긴 미국의 국토안보부가 평소에 재난대비 업무를 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