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차원의 ‘대형 해상사고 대응 매뉴얼’이 4년 전 만들어져 가동돼 왔지만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를 낸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의 대응에는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1일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이 2010년 10월 청와대, 관련 부처·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만든 ‘주변 해역 대형 해상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대응 기관들의 정점에 사실상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해상사고 때 국가안보실이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이 온 국민의 아픔으로 전이되는 시점에서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지난해 3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재난 업무에 관한 총괄·조정기능이 안전행정부에 부여됐고, 이와 연계해 지난해 8월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법’(시행은 올해 2월)에 따라 국무총리(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와 안행부 장관이 재난 업무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국가안보실이 결코 재난 대응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또 “해경의 현 ‘주변 해역 대형 해상사고 대응 매뉴얼’은 ‘재난 및 안전관리법’의 개정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며, 앞으로 관련 기관들의 매뉴얼들과 함께 순차적으로 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도 국가안보실은 재난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업무를 수행토록 돼 있어,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청와대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보와 상황을 종합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관이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매뉴얼에 규정된 다른 대응기관들이 제 역할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주관기관인 해양경찰청은 사고 현장에서의 대응 및 총괄지휘와 구조활동을,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운영과 승선자 신원 파악 등을, 국방부는 구조·인력장비 지원을,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진 편성·지원을, 소방방재청은 구조인력·장비 지원 등을 맡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해경이 세월호 승객 구조를 위한 초기 대응을 어설프게 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승객들을 놔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해경이 출동한 후 선체가 전복되기까지의 ‘골든타임’ 50여 분간(4월 16일 오전 9시 30분∼10시 21분)이나 퇴선 조치를 위한 선내 진입을 하지 않았던 점은 큰 실수로 남는다.

목포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