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해’의 전시회 ‘아해(AHAE)’라는 예명을 쓰고 있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25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개최한 개인 사진전에서 관람객들이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 = 아해 홈페이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가 지난 20년간 불법 부동산 투자를 통해 약 145억 원의 돈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금융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불법외환거래 조사를 유 전 회장 일가족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계열사로 확대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와 회사는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저택 등 부동산 5곳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사들였다. 유 전 회장과 자녀, 계열사 명의로 된 이들 부동산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카운티 리조트 부지’, ‘뉴욕 맨해튼 아파트’ 등으로 총 145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이들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명백한 외국환 거래법 위반 행위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유 전 회장 일가의 해외 불법자금 유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추가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검찰에 관련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과 관계사들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자 불법 외환거래 조사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포함해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해, 다판다, 세모, 문진미디어, 온지구, 21세기, 국제영상, 금오산맥2000, 온나라, 트라이곤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불법 외환거래 여부를 들여다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모든 인물과 관계사의 불법 외환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면서 “청해진해운뿐만 아니라 모든 계열사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불법으로 해외에 세운 법인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아해프레스프랑스’ 등 13곳의 해외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해외 법인에서 미심쩍은 자금 거래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해프레스프랑스를 설립했던 때와 같은 시기인 2012년 설립된 ‘붉은머리오목눈이’ 해외 법인은 유 전 회장 일가 및 주력 관계사의 해외 자금세탁 창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설립 이후 매년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 1억2000만 원의 지급 수수료를 받아왔다. 유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가 아닌 관계 회사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붉은머리오목눈이에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실질적으로 소유한다고 알려진 회사인 ‘다판다’와 ‘문진미디어’가 공동으로 소유한 영문 명의 법인과 동일한 이름의 ‘파나퍼시피아홀딩스’법인이 파나마에 소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조세회피처인 파나마에 법인을 설립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파나마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유 전회장 일가가 파나마에 법인을 설립, 납세를 회피했다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