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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점법안’ 與野논의 잇단 공전

연금액 삭감 우려 지지층 반발
‘자동조정장치 불가’ 입장 선회

반도체특별법도 국회처리 지연
상법개정은 ‘책임 떠넘기기’도

더불어민주당이 경영 환경을 악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반면 ‘기업 살리기’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이나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입장을 갑자기 바꾸면서 이재명 대표의 ‘말 바꾸기’와 ‘팩트 비틀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층 반발에 180도 입장을 바꾸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골라 발언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여야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25일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정부 국정협의회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를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연금액 삭감을 우려한 지지층이 반대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24일) 간담회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전달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동 시 국회 승인’을 전제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수용한다면 소득대체율 상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반도체 특별법도 이 대표가 기조를 선회하면서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직접 주재한 토론회에서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와 당내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는 ‘선(先) 특별법 통과, 후(後) 예외 조항 논의’로 입장을 바꿨다.

상법 개정 및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교묘히 비트는 발언을 해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해 “소액 투자자의 피해를 막으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법을 개정하면 일반 회사, 가족 4명이 주주인 곳까지 적용된다”며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정무위)는 여당이 위원장이다. 거기는 무조건 (개정안 처리를) 안 한다고 해 법사위에서 할 수 있는 상법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초기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기조를 변경했다.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적용 대상을 상장 법인으로 한정하고, 주주 보호 의무 강화 범위를 ‘합병·분할’ 시로 국한한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 평가 폐지만을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여당이 일괄 공제와 배우자·자녀 공제 확대를 추진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야는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공제 확대 방안에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상속세 개편이 무산됐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