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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최대 계열사인 ㈜천해지(청해진해운 모회사)와 관련, 위장계열을 통한 편법증여 의혹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세모의 옛 조선사업본부를 막대한 자금을 주고 인수한 후 헐값에 유 전 회장 일가의 ㈜아이원아이홀딩스에 넘어간 ㈜천해지는 현재 사정당국이 조사하고 있는 편법증여 논란의 핵심에 놓여 있는 회사다.

문화일보 취재 결과, 천해지 사명을 유 전 회장의 장남인 대균 씨가 직접 작명했다는 정황 증거(상표 출원 및 등록)가 확인됨에 따라 헐값에 회사를 넘긴 ㈜천해지의 설립 배후에 유 전 회장 일가가 있다는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25일 특허청 및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07년 10월 설립된 ㈜아이원아이홀딩스는 5개월 후인 2008년 3월 ㈜천해지 지분 70.1%를 인수했다. 신생 경영자문회사가 매출 1038억 원과 순이익 54억 원(2007년 기준)을 기록한 천해지를 단숨에 인수한 것이다.

게다가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천해지를 시세의 3분의 1도 안 되는 60억 원에 인수하고, 1년여 만에 150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장 계열사를 통한 편법 증여 논란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의 한 회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천해지의 기존 주주들이나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서로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거래”라며 “위장계열사를 동원한 편법 증여 의혹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천해지와 ㈜아이원아이홀딩스가 2008년 각각 39.4%, 7.1%의 지분을 인수한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도 위장 계열사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1999년 설립되자마자 법정관리 상태인 옛 ㈜세모해운을 인수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회장 일가가 직접 찍은 사진작품뿐만 아니라 본인이 출원 및 등록한 상표·디자인 등을 관계사가 쓰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돼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문화일보 4월 22일자 3면 참조)

문화일보가 이날 특허청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450여 개, 대균 씨는 670여 개, 차남 혁기 씨는 220여 개 등 총 1400여 개에 달하는 상표·디자인(일부 중복) 등을 출원했거나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주요 관계사는 대부분이 유 전 회장 일가가 만든 상표를 상호나 제품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은 ‘아해’(카메라 등) ‘세모’(식품회사) 등, 대균 씨는 ‘청해진해운’ ‘다판다’(유통회사) ‘남녘수산’(양식회사), 혁기 씨는 ‘아이원아이’(지주회사) ‘헤마토-센트릭’(사진판매 및 전시 및 포럼 운영회사) ‘아해’(도료) ‘트라이곤’(건설회사) 에그앤씨드(식품회사) ‘모래알디자인’(디자인회사) 등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 상표는 주력 관계사 사명으로 실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회사는 회계장부에 수억 원 안팎의 지급수수료 항목을 책정하고 있어 상표권 사용 대가로 유 전 회장 일가에 적잖은 수수료를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해 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들 일가는 ‘햇병아리 동생 달걀’ ‘즐거운 서울’ ‘지게’ ‘호미’ ‘흰달’ ‘세월따라’ ‘심청이’ ‘잘먹고 잘살라면’ ‘직녀’ ‘견우’ ‘백로’ ‘흰구름’ ‘주렁주렁’ 등 무차별적으로 상표 등록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