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전후로 한국 스포츠는 믿기지 않는 도약을 이뤘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사상 처음으로 수영 금메달이 나왔고,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역시 사상 처음으로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이상화(25·서울시청)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까지 2연패(스피드 여자 500m)를 달성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선 체조, 펜싱 등에서도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다. 2009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인 역대 한 해 최다승(12승) 기록이 세워졌다. 이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 대접받는다.

골프, 수영, 펜싱, 체조, 피겨 및 스피드스케이팅 등은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이 전통적인 강국이고 그래서 귀족 스포츠로 분류된다. 과거 복싱, 레슬링 등 격투기에서 한국 체육의 무게중심이 귀족 스포츠로 옮겨진 건 경제적인 풍요와 서구화된 신체조건 및 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경제력이 든든해지면서 고가의 체육시설이 구비됐고, 고가의 장비를 갖출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경기력 향상의 밑거름이 됐다. 선수의 경우 과거와 달리 부모 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어릴 적부터 돈이 많이 드는 귀족 스포츠와 친숙해질 수 있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골프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며 “과거엔 골프가 상류층만의 유희거리였지만 지금은 골프연습장이 동네마다 들어섰기에 어린 유망주를 조기에 발굴하고 골프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귀족 스포츠를 개척한 20대의 신세대 스타들은 선배들과 다른 운동철학을 지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구세대 스타들은 금메달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신세대 스타들은 한계를 시험하고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피땀을 흘린다. 이상화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모태범(26·대한항공)이 “레이스를 즐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좋은 예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