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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를 빛내는 스타급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이나 해당 종목협회에서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선수의 종합적인 관리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들이 담당한다. 프로스포츠는 물론 올림픽 종목도 상업화가 전면화되면서 스포테인먼트(sports+entertainment)가 한국 스포츠의 신주류 선수들을 이끈다. 선수의 훈련부터, 식사, 의상, TV 출연, 광고촬영 등 스케줄까지 매니지먼트사의 몫이다.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이 이들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눈치를 봐야 한다.

국내 유명 스포츠 마케팅업체에 근무하는 A(30) 씨. 22일 서울 강남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 그는 오전에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들의 건강상태 여부와 컨디션을 확인한다. 예정된 각종 이벤트 현장을 사전답사해 선수들이 이동할 동선을 체크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까지 대비한다. 오후에는 선수들의 대리인(에이전트)과 연락해 새 기획을 하기도 하고 국내 대기업들과 스폰서 계약과 마케팅 업무를 조율한다.

◆한국 스포츠 스타 이끄는 신주류

2000년대 들어 박세리, 박찬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배출되며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의 힘도 강해졌다. 스타급 선수들의 상품성을 원하는 대기업들의 스폰서 요청이 많아지며 업무를 대행하는 매니지먼트사의 발언권도 세졌다. 스폰서에 대한 발언권뿐 아니라 국내 체육계에 대한 입김도 크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몇몇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도 일정 관리 대부분을 매니지먼트사에서 담당하고 대표팀과 연맹은 선수의 스케줄에 필요한 승인을 해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분야가 전문화되며 국내에서도 전문인력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선수 출신이나 체육계 관계자 출신이 많았지만, 최근엔 국내나 해외에서 전문적으로 스포츠매니지먼트나 마케팅 등을 공부한 인력이 들어오고 있다”며 “전문 인재들이 들어오며, 선수나 스폰서를 상대하는 노하우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의 대응도 빨라 서울대는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학 석사과정을, 한양대는 스포츠마케팅학과를 개설했다.

◆훈련과 식사까지 관리

매니지먼트의 가장 큰 업무로는 스폰서 계약 및 각종 마케팅 활동이 꼽히지만, 최근 업체들은 직접 선수들의 훈련이나 일상까지 관리한다. 국내 업계 최대기업으로 꼽히는 IB월드와이드의 경우 개인종목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을 물색하고, 분야별 전문 코치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피겨 여왕’ 김연아(25)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섭외할 수 있었던 것도 매니지먼트 업체의 넓은 발을 이용했기 때문. 골프 선수의 경우 유능한 캐디를 섭외해 준다. 선수 관리는 더욱 철저하다. 영양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선수의 몸상태와 훈련 일정, 컨디션을 관리하는 컨디션 전문가를 제공하거나, 체력관리 트레이너, 의료진도 동행시켜 선수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체크한다. 유명 심리상담사에게 한 달에 4번가량 심리상담까지 받게 한다. 이 모든 상황은 매니지먼트 회사에도 일일이 보고돼 향후 스케줄이나 마케팅 등에 활용된다.

◆주식시장 ‘관심주’로까지 급성장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주로 활동하는 국내 스포츠마케팅 시장은 약 2800억 원 규모. 업계 1위인 IB월드와이드는 지난해 46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년 전 319억 원에 비해 약 1.5배 이상 성장했다. 2위인 세마스포츠와 3위 스포티즌도 각각 2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사업 범위를 ‘스포츠 마케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IB월드와이드의 경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나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 UFC 등의 방송중계권을 확보해 이를 국내 미디어에 판매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난 6일 리듬체조의 손연재(20)가 한국선수로 첫 4관왕을 차지하자 매니지먼트사인 IB월드와이드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댓스포츠는 소속 선수인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인 ‘올댓스케이트’를 브랜드화해 세계시장에 나서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