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발생 8일째인 23일 희생자 가족들이 “구조가 늦어져 배 안에 생존해 있던 실종자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희생자에 대한 부검을 정식 요청했다. 부검이 이뤄지면 실종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과 시점이 규명될 수 있어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지원상황실에 따르면, 안산 단원고 2학년 A 양의 가족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 부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지난 21일 시신으로 발견됐으나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22일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망자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족지원상황실은 시신이 발견된 유가족들을 상대로 부검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부검 신청은 A 양 부모가 유일하다. 하지만 일부 가족들이 “수습된 시신 상태가 너무 깨끗해 선체에서 생존했다가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어 부검 의뢰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유가족들은 부검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가족 중 사망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어 부검을 원하는 경우에는 관할 담당검사에게 부검을 신청할 수 있다. 부검은 시신이 이송된 병원에서 실시되고, 가족은 물론 가족이 지정하는 부검의나 의사도 부검 현장을 참관할 수 있다. 부검이 이뤄지면 침몰 당시 익사했는지, 선내 공기가 남아 있는 ‘에어포켓’에서 일정 기간 생존해 있다가 질식사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기 등의 부패 상태를 통해 대략적인 사망 시점도 나올 수 있다.

가족대표단은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사고 초기 대응에 대한 잘못이 드러난다면 해당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법조계는 실종자들의 사망 원인이 익사가 아닌 저체온증이나 질식 또는 아사 등으로 밝혀질 경우 정부와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에 대해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부검 결과에 따라 정부의 초동대응 미숙 등도 수사대상이 돼 수사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포 =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