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한국의 동북아 전략과 통일담론’을 주제로 한 제3회의에서는 통일준비 및 통일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북한의 급변사태시 국제사회가 개입할 경우 한국정부에 대해 실질적 권한이 어느 정도로 위임 혹은 이양될 것인지의 문제는 한국정부의 전반적인 통치 및 행정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관리와 남북관계에 치중돼왔지만 북한의 급변사태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통일외교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갑작스러운 사태로 북한에 권력적 공백 사태가 생길 경우 같은 민족인 남 측이 북 측을 접수해 통치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한국사회 통념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유엔 혹은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누가 보더라도 의당 한국이 북한지역을 관리하기에 합당하고 감당할 수 있는 주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각인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와 함께 “급변사태시 북한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는 주민들의 의견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소에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특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사태를 분석하면서 “러시아에 병합되는 즉시 주민들의 월급이 2배로 뛴다는 사실이 핵심으로, 한국도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 즉시 생활수준이 몇 배로 향상된다는 식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은 결코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대외 지원에 의존하면서 겨우 연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그러면서 “통일을 위한 대화를 위해서는 국제적 규범과 원칙이 통하는 합리적인 북한 체제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북핵문제는 동북아 전체 국가의 문제인 만큼 ‘핵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북한의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5국 공동전선’ 구축 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북핵논의 진전 등의 상황에 따라서 남북관계 완화의 계기가 다시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