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종국가전략포럼 제2회의인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한반도 통일’ 세션에서 엄상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새로운 통일 방안은 이념·체제 면에서 한국 주도의 평화적 흡수통일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연구위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한국의 통일·대북정책 추진방향’ 발표를 통해 “21세기 현실에서 기존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89년)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엄 연구위원은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역사적 대세로 실패한 북한의 이념과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통일을 적극 추진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연구위원은 “사회 일각에서 마치 흡수통일이 평화통일의 반대 개념인 것처럼 간주되는 경향이 있지만 평화통일의 반대 개념은 무력통일”이라고 지적했다. 엄 연구위원은 다만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통일방안의 이름에 흡수통일을 적시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엄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통일과정의 단계도 북한 체제의 변화과정과 맞물려 설정돼야 한다”며 ▲현 체제하에서의 평화정착 ▲북한의 개혁개방시 경제공동체 창설 ▲북한 민주화시 정치공동체 창설 등 단계론을 주장했다.

문성묵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국면 전환 배경과 관련, “평화를 가장한 경제적 실리 확보, 도발의 정당성 부각 및 한·미동맹의 이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리더십의 과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의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앞으로의 6자회담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당당하게 올려놓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조건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속셈”이라면서 “이는 6자회담을 핵군축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선(정치외교학) 고려대 교수는 ‘동아시아 주요국의 안보전략과 대북정책’ 발제를 통해 북핵 6자회담과 관련,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존중하기 때문에 기존의 ‘2·29합의 플러스 알파’라는 조건 역시 3국 공조의 틀 안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생존과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압박하는 것 역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점진적인 변화 유도에 치중하고 있다”고 한계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드는 비용을 미국과 동맹국에 넘기려는 책임전가 전략을 쓰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재자에 머물며 미국과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필요한 만큼의 노력만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