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의 우랄 산맥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소행성이 떨어지면서 폭발해 엄청난 섬광과 굉음이 발생하고, 건물 유리창이 박살나는 등 대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폭발로 건물 약 7000채가 부서지고 약 1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해양극지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은 지름 약 20m, 총 중량 1만3000t 크기로 상공 27㎞ 지점에서 폭발했다. 폭발 당시의 위력은 히로시마(廣島) 원자폭탄의 약 40배에 해당하는 590kt(킬로톤)으로 분석됐다. 이 정도 소행성체의 충돌은 지난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충돌한 운석 이후 약 100년 만이다. 첼랴빈스크 일대에 떨어진 운석 파편을 통해 운석의 연령을 측정한 결과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약 1억 년 뒤인 44억5200만 년 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첼랴빈스크 소행성체는 이후 약 120만 년 전 모천체에서 분리돼 우주공간을 떠돌다가 지구와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운석은 지구로 떨어지는 소행성이 대기권 폭발 후 지표면에 떨어진 조각으로, 지름 300m 정도의 소행성 폭발만 일어나도 한 국가를 초토화할 수 있다. 지름 10㎞급의 소행성이 대기권에서 폭발하면 지구 위의 생명체 50% 이상이 멸종될 정도다. 학계에서는 공룡의 멸종도 운석 충돌과 연관짓고 있다. 퉁구스카에서는 1908년 발생한 운석 폭발로 인해 광활한 숲이 완전히 초토화됐다. 당시 이 폭발로 인해 450㎞나 떨어진 곳에서도 심한 땅울림과 함께 돌풍이 몰아쳐서 열차가 전복되기도 했다.

첼랴빈스크 운석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에서는 때 아닌 운석 채집 러시 현상이 나타났다. 운석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대부분 타서 없어졌지만, 일부 파편은 첼랴빈스크 지역 일대에 흩어졌다. 이중 회수된 것은 약 5000㎏ 분량이다. 운석이 떨어진 후 첼랴빈스크 지역에 약 2만 명이 운석을 수집하기 위해 몰려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석 파편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우랄 대의 과학자들로, 체바르쿨 호수 인근에서 50여 개의 파편을 수집해 조사한 결과 운석에 약 10%의 철분이 함유돼 있는 것을 밝혀냈다.

운석이 떨어진 후 인터넷 상에는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 판매. 한 개에 10만 루블”이란 광고가 쏟아졌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운석을 평균가의 3배 이상에 판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최대의 구인 온라인 사이트인 아비토닷루(Avito.ru)에도 첼랴빈스크 운석 파편 광고글이 넘쳐났다. 이곳에서 파편의 판매가는 최소 33달러(약 3만6000원)부터 최대 9900달러까지 다양했다. 운석의 일부 파편은 지난 2월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의 ‘운석 금메달’에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