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운석이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 발견이 ‘로또 당첨’에 비유되면서 진주에는 해외의 전문 운석 사냥꾼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운석이 중요한 연구 가치를 지닌 만큼 해외 반출 방지 방안 등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관리 체계에는 향후 운석을 소유자(최초 발견자)들로부터 매입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소유자와 정부 간에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운석은 대기권에서 타지 않고 남아 지구에 떨어진 유성체를 말한다. 유성체는 행성과 행성 사이 공간에서 떠도는 혜성이나 소행성의 파편들로, 지구로 끌려 들어올 경우 초속 10∼70㎞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대부분은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린다.

그러나 큰 유성체의 경우 다 타지 않고 일부가 지표면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얼마전 진주에 떨어진 운석도 이 같은 경우다. 지표면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적고 떨어지더라도 대부분 바다에 떨어져 찾기 어렵기 때문에 운석은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진주에 떨어진 운석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견된 첫 번째 운석이다. 지난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운석이 발견됐지만 당시는 일제강점기라서 일본인들이 이를 가지고 갔다. 두원 운석은 50년 동안 도쿄(東京) 자연사박물관에 있다가 1999년 문화재 영구 임대 형식으로 국내에 재반입됐다. 현재 이 운석은 대전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따라서 운석은 거래되는 가격도 매우 높은 편이다. 운석은 발견 연월일, 분류, 정황 증거 등에 따른 검토를 거쳐 국제운석학회에 등록된 이후에 운석으로 거래될 수 있는데 보통 1g당 5∼10달러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에서 최초로 발견된 운석(9.4㎏)의 경우 4800만∼9700만 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에 발견된 운석(20.9㎏)은 같은 계산으로 1억∼2억1000만 원이다. 다만 진주 운석인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운석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6만여 개의 운석 중 85%를 차지할 정도다. 가격에 대한 ‘설(說)’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더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석은 학술적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운석을 통해 다른 행성의 생명체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떨어진 운석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84년 남극에 떨어진 앨런 힐스 운석이다. 과학자들은 분석을 통해 이것이 소행성의 파편이 아니라 화성의 돌이라고 결론지었다. 앨런 힐스 운석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운석이 다른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증거일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앨런 힐스 운석 안에는 탄산염이 포함돼 있었는데, 지질학에서 탄산염이 존재한다는 것은 보통 물이 있는 장소에서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체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가치가 높은 운석은 누구의 소유일까. 현행법에 따르면 운석은 무주(無主)의 동산(動産)으로, 민법 제252조의 적용을 받아 기본적으로 발견자가 소유한다. 그러나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경우에는 이 법 제255조에 따라 문화재로서 국가에 귀속될 수도 있다. 민법은 국가 귀속에 따른 보상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나, 보상규모 산정 주체와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향후 운석의 소유자와 정부 간에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진주 운석을 절대 해외에 반출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모로 의미가 큰 만큼 정부가 직접 소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최근 “운석을 발견자로부터 국가가 확보할 수 있는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국외 유출을 통제하고 보존할 수 있는지 등 전반적인 관리 방안을 검토하여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는 운석 등의 채집·분석 및 활용 관련 체계를 보강하고 우주 자연 낙하물체에 대한 등록 및 전시·연구 등 활용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문화재청도 운석의 국외 반출 방지를 위해 국제공항·항만 등에 통관 검색 강화를 요청했으며, 보존 관리를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잇따라 운석이 발견됨에 따라 진주시는 ‘운석의 도시’ 이미지를 ‘한국의 로스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진주시는 운석 관광자원화를 위해 4곳의 발견 지점과 인근 지역의 문화유산을 연계해 7㎞가량의 둘레길을 조성하고, 각종 축제행사시 모형 운석을 확대 제작해 운석의 도시 이미지를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던 로스웰이 1947년 미확인비행물체(UFO) 잔해 발견 논란으로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가 된 것에서 착안한 시도다.

한편 진주에서는 지난 3월 10일 대곡면 단목리 파프리카 비닐하우스에서 운석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11일 미천면 중촌리 오방마을, 16일 미천면 밭, 17일 집현면 등에서 3월에 모두 4개의 운석이 발견된 바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