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신임의장이 전임 벤 버냉키 전 의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옐런 스타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옐런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버냉키 전 의장과의 차이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확하게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그는 아주 좋은 의제를 가졌고 나도 그것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옐런 의장이 시장에 던진 2015년 봄 금리인상 신호는 버냉키 전 의장이 짜놓았던 타임 테이블을 크게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금융통화정책에서 모호한 표현을 좋아했던 버냉키 전 의장과는 달리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면서 명확한 입장을 전개했다. 금리인상 시점도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후 6개월 이내라고 언급했고, 자신이 전력을 다할 목표는 물가상승률 정책목표인 2% 회복이라고 분명하게 표현했다. 버냉키 전 의장 밑에서 Fed 부의장으로 있었던 만큼 전임자의 정책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시장이 알기 쉽도록 Fed가 어디로 갈지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옐런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시장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금융통화정책 설명을 모호하게 한다’는 각국 중앙은행장의 관행에서 일정 부분 비켜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시장의 확실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금융통화정책을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하는 시점에서는 투자자 피해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그는 이날 회견 마지막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시절 일화를 소개하면서 “위기를 겪는 저소득층을 대표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우리는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저소득 계층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무엇일까를 연구하고, 이들에게 어떤 조언이 필요한지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옐런 의장의 첫 기자회견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자회견장에 종종걸음으로 등장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속사포’ 발언을 쏟아내던 버냉키 전 의장과는 달리 여유 있는 모습으로 차분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또 간단한 질문에도 원론적이긴 하지만 10분 가까이 성의 있는 답변을 해 ‘친절한 옐런씨’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