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과 중국 간 군비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다. 관련국 간 협력 의제뿐 아니라 갈등과 긴장의 외교안보 현안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군비경쟁은 향후 상황에 따라 동북아 정세를 격랑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이 2020년까지 아·태 지역에 해군 병력 60%를 집중시키기로 하고 중국 역시 2014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12.2% 늘리겠다는 방침이 5일 발표됐다. 정부 외교당국과 전문가들은 동북아에서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는 요인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2012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60%가 동북아에 집중된 상황에서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2개국(G2)의 군사력이 이 지역에 확대·집중되면서 동북아 정세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방부가 4년 단위로 발표하는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힌 것은 외형상 ‘아·태 리밸런싱(재균형)’ 전략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 목표지점은 중국의 잠재적 팽창 가능성에 대한 대비 포석이다. 특히 이번 QDR는 일본과의 안보동맹을 보다 강화된 형태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에 주둔 중인 미 해군의 자산을 확대한다고 밝힌 대목이 그렇다. 특히 재정 문제로 인해 국방비를 줄이고 있는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는 군사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연간 10% 안팎의 국방예산 증가를 보인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2010년을 제외하고 1989년 이후 해마다 국방비를 두 자릿수로 늘리고 있으며 아시아 전체 국방지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 의회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중국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앞으로 10년 내에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이 점유하고 있는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빠른 군사력 증강에 대해 중국은 경제성장에 따른 것이며 ‘방어적 목적’이라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당국이 발표한 국방백서에는 중국이 견지해왔던 미국에 대한 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공격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백서에 ‘미국’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해 “어떤 국가가 아·태 군사동맹을 심화시켜 자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이 지역에서 긴장 국면을 자주 조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북핵의 위협은 일본의 군국주의화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자신을 군국주의자라고 비판하는 한국 등 주변국의 시각을 비꼬면서 “이웃에 군사 지출이 적어도 일본의 2배에 달하는 국가가 있다”고 중국을 겨냥해 발언한 바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