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시키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력 재배치 계획이 4일 공개되면서 아·태 리밸런싱 전략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아·태 리밸런싱 전략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위협에 대한 방어와 함께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에 물밑 대립이 앞으로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14,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20년까지 미 해군 자산의 60%를 아·태 지역에 주둔시킬 계획이다.

특히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아·태 리밸런싱 전략 추진은 일본에 주둔 중인 미 해군의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언급해 미 해군 전력의 상당 부분이 일본에 배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밖에 미 국방부는 싱가포르에 파견된 연안전투함(LCS)의 아·태 지역 순환배치, 미사일 방어(MD) 강화를 위한 탄도미사일 추적용 TPY-2 레이더(일명 X밴드 레이더) 추가 설치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에 2기가 배치 중인 X밴드 레이더가 동북아시아 지역에 추가 설치될 경우 중국 동북부의 군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방예산 4956억 달러(약 529조7964억 원)를 비롯한 총 3조9000억 달러 규모의 2015회계연도(2014년 10월 1일∼2015년 9월 30일) 정부 예산 요구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국방예산은 전년 회계연도 실제 집행액과 비교해 4억 달러 정도 줄어든 규모다. 3분의 2 정도인 3363억 달러는 미군의 작전, 현역군인 급여, 건강보험 혜택 등에 쓰이고, 나머지 1593억 달러는 무기 현대화와 획득, 장비 시설 유지 등을 위해 집행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신무기 도입과 훈련 비용 등은 줄였지만 해외특수작전 비용은 2013년 이후 3년 연속으로 800억 달러대를 책정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올해 말 철군으로 종료되지만 포스트 아프간전에 대비한 비용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비국방 분야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고용, 교육,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에 5600억 달러가 추가적으로 지출된다. 대신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소 30%의 세율을 적용하는 ‘버핏 룰’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5980억 달러 상당의 세수를 늘릴 방침이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