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 지난 8일 제안 당시에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국정 기조가 남북관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당초 지난 8일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접촉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협의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고심한 끝에 이를 거절하기로 결정하고 11일 언론에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가 이를 거부한 배경은 남북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공개 접촉’을 역제의해 이를 관철시켰다.

다만 과거 모두발언을 공개하던 것을 하지 않고 회담 중간 분위기를 전하는 브리핑도 하지 않는 등 보안에 신경을 쓰면서 북한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로 인해 일단은 비밀 접촉이 아닌 공개 접촉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박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을 갖는 1라운드가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도출하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양 측은 “오늘 논의된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자”는 데는 합의했으나 이 같은 형식의 접촉이 향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남북에서 남북관계를 다루는 핵심 인물들이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들은 것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반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성과 없이 서로 할 말만 하는 이 같은 성격의 접촉이 반복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과거 남북 간 회담에서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서로 악수를 하고 작별인사를 나눴지만 13일 새벽 북 측 대표들이 인사도 없이 가버린 냉랭한 분위기도 이 같은 정황을 반영한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