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년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 “북 측이 소위 ‘존엄모독’과 언론의 비방중상,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해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2월 12일자 1·5면 참조)

정부 관계자와 대북 전문가들은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북은 남 측의 대북선전이나 심리전이 주민을 동요시키고 결국 체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 측의 의도를 확실히 알았고, 우리도 북 측에 우리의 원칙을 확실히 설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남 측 시민단체·언론의 대북심리전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음을 시사한다. 김 제1위원장을 비판하는 남 측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언론의 비판 보도 등을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접촉의 의미에 대해 “우리 쪽에서는 청와대, 저쪽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직계 라인인 통일전선부와 국방위 쪽이 나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 대북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어제 접촉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내려진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가 언급됐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으나, 이런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남북은 12일 오전 10시부터 14시간 가까이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접촉을 이어 갔으나, 공동보도문 등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남 측에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북 측에서 원동연 노동당 통전부 제1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접촉에서 양 측은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접촉 2회 등 4차례의 접촉을 가졌으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남석·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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