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뿌리는 ‘불균형’이다. 현재 진보성향, 소위 ‘좌파 학자’들이 학계의 다수를 점하고 ‘학문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좌우 성향을 떠나 한국사학자와 연구자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1980년대 민주화 물결이 만들어낸 파장의 일부다. 군사정권에 맞선 반작용으로 학계의 방향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쏠렸던 것. ‘외눈박이 사학’이 시작된 근원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나눌 공론의 장이 쉽게 펼쳐질 수 없다. 한때 진보이론가였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조차 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국내 한국사학자들의 90%는 좌파 헤게모니 속에 있다”고 말한다.

학계의 세력 싸움에 학문·사상적으로 피해를 본 건 학생들이다. 편향적 시각의 학자들이 만든 교과서로 반쪽자리 역사만 배워야 했던 것. 정경희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비봉출판사)를 통해 “민중사학자들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치밀한 준비를 했고 역사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전환되고, 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분리된 시점부터 집필진으로 참여해 세력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정 위원은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보면서 한국사학자로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좌편향 실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