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사 교과서가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선 현실을 경계하며, 교육의 중립성과 비정치성을 살리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현재 검·인정 체제로 바뀐 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환원하거나, 논란의 중심에 선 근현대사 부분을 교과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편향 돼 있는 한국사학계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스스로 정화 노력을 기울이고,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교육학회 회장인 김명수(교육학) 한국교원대 교수는 9일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다수가 소수를 집단적으로 따돌리고, 이른바 ‘린치’를 가하는 비교육적 현상이 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역사가 이념 논쟁의 성토장이 되지 않기 위해 현재 검·인정 체제인 교과서를 다시 국정 체제로 변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역사라는 것은 한 번 머리에 각인이 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며 “국사편찬위원회가 중심이 돼 한국사 교육에 대한 균형적이고 표준적 시각을 바로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정수 바른역사국민연합 상임대표도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기술적인 오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친일로 몰고 단 한 곳의 학교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등 학문의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현실에 놀랐다”며 “역사 교육이 좌·우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정 교과서 전환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상훈(교육학) 성균관대 교수는 “근현대사는 이해 당사자나 관계자들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정권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교과서에 근현대사를 포함할지에 대한 문제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역사교과서에서 근현대사를 어디까지 다룰지에 대해 학계와 사회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역사학계의 자체적인 정화 노력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교육 전문가는 “현재 한국사학자는 대부분 좌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고, 특히 한국사학계를 이끄는 서울대 국사학과의 편향 문제가 심각하다”며 “학문의 발전과 다양성을 위해 좌·우 이념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의 시각과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학계에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