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8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에 진보 성향의 교과서가 7종에 달할 정도로 한국사 교과서 출판의 이념적 편중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진보진영의 집중적인 공세가 이뤄지는 것도 이 같은 편중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진보 성향의 교과서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적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객관적인 역사 교육이 어려운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9일 한국현대사학회 등 역사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 중에서 진보 성향의 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이다. 학계는 비상교육, 지학사, 미래엔, 리베로스쿨, 금성, 두산동아, 천재교육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진보 성향으로 보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은 교학사에서 펴낸 교과서가 유일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고교 관계자는 “교과서 자체가 진보 성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불가피하게 진보 성향의 역사교육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사 교과서 진보 편중 현상은 교과서 채택 현황에서 드러난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공동 발표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선정 최종 집계결과’에 따르면 개정된 교육과정에 의해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한 전국 1794개 고교 중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한민고(경기 파주시)와 청송여고(경북 청송군) 2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날 청송여고는 학부모 간담회와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고 철회를 결정했다.이에 따라 이날 현재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서울디지텍고와 한민고 2곳에 불과하다. 1794개 고교 중 교과서를 아직 정하지 않은 47개 교와 교학사를 채택한 2개 교를 제외하면 1745개 교가 진보 성향의 교과서를 선택한 것이다.

또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2개 교 중에서도 한민고는 진보단체의 압박에 밀려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철회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진보 교과서 편중 현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학계 관계자는 “국사 학계가 진보 성향의 학자들에게 장악돼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역사교육 편중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