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5일 오후(한국시간 6일 오전) 중국의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를 ‘일방적 도발 행위(provocative unilateral action)’로 규정한 뒤 “역내 다른 어떤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추가 조치를 취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일본이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중국뿐 아니라 이에 맞대응하려는 한국 측의 자제를 함께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런 방침은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는 과정에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가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미 측의 우려에도 불구,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마라도와 홍도(경남) 영공은 물론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장안을 최종 확정한다. KADIZ는 8일쯤 발표된다.

한편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CADIZ 선포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는 역내에서 진행되는 미군의 작전 방식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언급하면서 “CADIZ는 실행되어서는 안 되고, 더 포괄적으로는 역내의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추가) 조치가 취해져서도 안 되며, 최근 발표에 따른 위험을 해소하는 동시에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비상 소통 채널 등을 통해 중국과 한국·일본 등이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방침은 동북아 안정이 방공식별구역 논란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자, 한국에 대해서도 또 다른 현상변경 시도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