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이어도, 마라도, 홍도(거제도 남방 무인도) 영공을 모두 포함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방침을 확정한 것은 미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반대해도 국익 차원에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문제가 불거진 이후 논의를 거듭한 끝에 국익과 여론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방침이 변화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이날 오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윤병세 외교부·김관진 국방부·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는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주변국에 대한 설명은 끝냈다”며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확정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 등을 거쳐 8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까지 주변국에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하는 사전 정지작업도 끝냈다. 중국의 일방적인 선포 방식이 빚은 역내 갈등 고조를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주권 확보 차원에서 KADIZ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 주변국들은 한국의 주권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 그러나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갈등과 무력 대치 상황은 어느 경우에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은 우리가 결정해서 우리가 시행하는 것”이라며 주권 행사 차원임을 강조했다.

KADIZ 확대 방안과 관련, 정부는 KADIZ의 남쪽 경계선을 비행정보구역(FIR)까지 확대키로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하는 FIR는 국제법상 각국의 준수 및 존중 의무가 강제되는 공역이라 주변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FIR의 최남단은 이어도 남쪽 100㎞ 상공까지 내려가 있고 마라도와 홍도 영공을 포함하고 있다.

김관진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 영해를 가질 수 없지만, 우리가 관할하는 수역이고 해양과학기지가 위치한 자리이기도 하다”며 “당연히 이어도가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장선상에서 정부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도 중·일에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