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5일(한국시간 6일 오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를 ‘일방적 도발’로 규정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동북아에서의 ‘현상 유지(status quo)’ 전략이 어느 일방에 의해 깨지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메시지는 중국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기보다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의 상호 자제와 협력을 촉구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중국의 CADIZ 선포로 촉발된 동북아 긴장 사태는 당분간 낮은 강도의 대치 속에 당사국 간의 협의가 이어지는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 나타난 최근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원칙적 강경론과 현실적 온건론이 혼재돼 있다. 카니 대변인은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의 이번 발표는 다른 국가가 관할하는 영토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 도발 행위(provocative unilateral action)’”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CADIZ 선포를 ‘사실상 수용’ 또는 ‘조건부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 입장에 대한 일부 오해가 있었을 뿐”이라며 “(CADIZ를) 용납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으며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에서 중국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하게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대중 강경론으로 돌아섰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카니 대변인은 중국에 대해 ▲CADIZ 선포를 실행(implement)시키지 말고 ▲역내의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가)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되며 ▲최근 발표에 따른 위험을 해소하고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비상 소통채널 등을 통해 한국·일본과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직접적 맞대응보다는 동북아의 안정 회복과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북아의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미국의 방침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중국에 맞대응하는 한·일에 대해서도 미국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