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기업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가 부채에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킬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부채의 실상을 드러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국가관리론’이 우세하지만, 그럴 경우 공기업의 국가재정 의존도를 높여 오히려 책임경영 원칙에 반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자유경제원이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가부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팽팽히 맞섰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우선 국가 부채와 관련한 포괄 범위에 대해 정리했다. 국가 채무(debt)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부담하는 확정 채무로 규정, 이를 기준으로 올해 말 국가 채무는 480조 원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부채(liability)에는 국가 채무에다 사회보장연금, 공기업 부채 등 정부가 보증을 선 잠재적인 부채가 포함된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 말 국가 부채는 1413조 원으로, 국가채무의 3배 수준에 이른다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공공기관 부채는 일종의 ‘숨긴 국가 부채’로 봐야 한다”면서 “공적자금과 공기업과 관련된 잠재적 채무를 모두 국가 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상환 의무를 지고 있는 부채만 국가 채무에 포함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을 방패막이 삼는 바람에 ‘건전 재정에 대한 착시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 건전성의 왜곡을 바로잡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거기에는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가가 갚아줘야 할 채무라는 전제가 들어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 부채를 잠재적 국가 채무로 분류하는 순간 그것을 모두 납세자의 세금으로 갚아주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엄청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기업 부채를 무조건 국가 채무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