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국가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공기업 부채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정부는 국가 부채 대신 공기업 부채를 늘려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것처럼 위장하고, 이는 과도한 복지 요구를 야기하며, 정치권은 포퓰리즘에 기반해 무리하게 복지를 늘리면서 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자유경제원이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가부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라면서 “정치인들은 국가 미래보다는 정치적 지지를 위해 일하는 집단인 만큼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고 공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현 회장은 “따라서 정치인들은 공짜 복지를 늘리더라도 국민들에 대한 세금 인상안은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곧 국가 부채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시장이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이 구조 문제를 설명했던 ‘정치 실패’가 한국에서 정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치적 지지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공짜복지와 세금인상 저지라는 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이고, 이는 국가재정 건전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으며 국가 장기적 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재정이 건전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과도한 복지 요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아예 불가능한 정책조합으로, ‘저부담 중복지’ 결합이 가능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소득세제 개편안이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국민 설득을 너무 쉽게 포기하면서 국민의 증세에 대한 내성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양준모(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경제 운영에서 모든 분야의 정치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정치적 논쟁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악화시키는 만큼 경제 논리 및 시장 논리에 입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