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가계부채가 1000조 원대에 육박한 가운데 재산·소득수준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는 무분별한 금융사들의 ‘묻지마’식 대출 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후진적 대출 행태를 근절하지 못할 경우 ‘악성 대출’이 계속 늘어 경제에 큰 부담을 지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부당한 권유와 불공정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으며 과잉대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 금융권에서 ‘30일간 무이자 대출’, ‘무서류·무방문·무심사 대출’, ‘1시간 내 대출 완료’, ‘초스피드 대출’ 등 대부업체에서나 볼만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며 ‘서민·중산층 대출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A저축은행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인터넷 등으로 대출 신청을 할 경우 30분에서 1시간 내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 주부, 무직자 등 소득이 없는 이도 최대 1000만 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B캐피탈사의 다이렉트론 상품은 ‘첫 달이자 0원, 취급수수료·상환 수수료 0원 혜택’을 내걸었다. 첫 달 이자를 받지 않는 것은 대부업체들이 즐겨 쓰는 마케팅 기법이다.

C캐피탈사의 다이렉트 대출 상품은 서류를 갖추거나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없이 30분 내에 대출이 가능하며, 연봉 1300만 원 이상인 고객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도 걱정 없다며 광고하고 있다.

D카드사는 현금서비스 30만 원 이상, 카드론 100만 원 이상을 쓰면 추첨을 통해 180여 명에게 5000원에서 3만 원의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대출 고객에게 현금 보조를 약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다른 카드사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이자율 20% 할인을 내걸었다.

모 은행도 특정 고객 군에 대해 ‘6시간 내’에 신용대출을 해준다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객은 “최근 우대서비스 해당고객이라고 통지를 받았는데 수수료 감면을 해줄 테니 예금, 대출 이용을 권유하는 내용이었다”면서 “금융권이 체질변화를 꾀하지 않고 예대마진 확보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중채무자(3곳 이상 금융사 대출)의 대출은 지난 6월 말 기준 307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2011년 말의 307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남주하(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금융사들의 과대·과장 광고로 인한 대출은 고금리 이자와 추심으로 이어져 고통받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품 판매과정에서 부당권유 및 부당광고, 불공정 영업행위, 충분한 설명을 거치지 않고 판매했다가 적발된 경우 해당 건의 판매로 얻은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손기은·이민종 기자 son@munhwa.com